소년이 온다 (저자: 한강 )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소식을 듣고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하다 처음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당시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시점으로 엮어낸 소설이다.
15살 동호의 시점으로 시작한 소설은 동호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옮겨가며 해당 사건이 그들에게 어떤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는지 그려내고 있다. 친구를 찾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동호, 시위 틈에서 총을 맞고 영혼이 된 정대, 시위 도중 끌려가 고문을 받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진수,  수년이 지났음에도 당시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은숙, 그리고 평생 동호를 그리워하는 동호의 엄마까지.. 
너무나도 세세하게 감정이 서술되어 있는 작가님의 문체덕에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에 몰입하여 소설을 읽어나갔다. 5.18에 관해 학교에서도 배우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접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당시 시민들의 아픔과 감정에 대해 깊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5.18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되신 수많은 동호와 가족들 그리고 아직까지 모든 기억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계실 모든 분들이 잊히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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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기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에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애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애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 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리라고.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길 원한단다 먼저 가신 임들을 위해 다 같이 묵념합시다, 먼저 가신 임들을 따라 끝까지 싸웁시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귀하니까.

낮이나 밤이나 텅 빈 집이지마는 아무도 찾아올 일 없는 새벽에, 하얀 습자지로 여러 번 접어 싸놓은 네 얼굴을 펼쳐본다이. 아무도 엿들을 사람이 없지마는 가만가만 부른다이..... 동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