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북클럽 에디션 | 인간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저자: 톨스토이)

저번 달, 민음사 북클럽 책이 도착했다. 그중에서 먼저 북클럽에디션인『인간에게 많은 땅이 필요한가』를 읽었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단편 두 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는 책 제목과 같은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두 번째는 『홀스토메르: 어느 말의 이야기』다. ( 아래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는  짧고 쉽게 읽히는 이야기였다. 제목에서부터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생각보다 더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주인공 파흠은 조금 더 많은 땅이 있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욕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조금 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결국 그는 욕심을 멈추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결국 그에게는 무덤 하나의 땅만 남게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험 점수, SNS 좋아요 수, 물건을 더 많이 사는 일, 자격증과 자기계발까지… 우리도 파흠처럼 "이 정도면 충분해"보다는 "조금만 더"를 외치며 살고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멈춰야 할 타이밍을 알면서도 그걸 실천하는 게 어렵다. 결국 각자가 자기만의 멈춤의 지점을 스스로 정하고, 때로는 욕심을 조절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번째 '어느 말의 이야기' 는 조금은 특별하게 말(馬)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말인 홀스토메르는 인간에게 소유당하며 살아가지만, 자신은 결코 누구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름보다 ‘누구의 말’로 그를 부르고, 그의 삶은 늘 타인의 손에 있었지만 그런 그가 죽는 순간은 오히려 자유롭고 조용했다. 반면, 과거 그의 주인이었던 세르푸홉스키는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가졌지만, 죽음 앞에서는 허무하고 초라하게 사라진다. 이 두 죽음이 참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인간들이란 삶 속에서 진실이 아닌 말(言)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을 가능성 보다는 다양한 대상에 대해 그들 사이에 약정된 말을 할 가능성을 좋아하지.

사람들은 삶속에서 자신들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물건을 자기 것이라고 부르기 위해 애쓰지.(...) 우리는 이미 이 한가지만으로도 생물의 위계에서 우리가 인간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위 인용문과 마지막에 홀스토메르와 그 주인이었던 세르푸홉스키의 죽음이 인상적이었다. 말인 홀스토메르의 죽음은 자유로운 해방처럼 인간인 세르푸홉스키의 죽음은 허망함 처럼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소유의 바깥에 있는 말의 시선으로 인간의 소유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그려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첫번째 소설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톨스토이는  얼마나 가졌는가에만 집착하다가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 사회 바깥에서 바라본 인간은, 결국 소유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보였고, 그런 부분이 첫 번째 이야기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는가를 목표 삼아 살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 채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두 이야기 모두에 담겨 있다.

나 역시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쉽게 집착하게 되고 멈추기가 참 어렵다. 누군가의 칭찬, 더 나은 조건, 미래의 안정을 위해 하는 자기계발도 결국은 뭔가를 ‘갖기 위해서’니까 말이다. 어느새 나도 파흠처럼 "조금만 더"를 계속 외치고 있다. 욕심과 소유에 대한 질문은 아마 평생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그런 나를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